"아이가 NFT를 하고 싶어한다면"

  • 2021년 3월, 일론 머스크의 연인 그라임스가 창작한 디지털 아트 NFT 작품이 니프티게이트웨이에서 약 65억원에 판매되고, 불과 열흘 뒤 비플의 NFT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785억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도대체 NFT가 뭐길래’라는 헤드라인으로 NFT 열풍에 낀 거품과 혁신 가치를 대조적으로 조망하는 국내외 기사가 빗발쳤습니다. 그 무렵 한국에서는 클럽하우스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한국 NFT 아티스트 커뮤니티’가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전시 기회가 줄고 작품 판매 활로가 막힌 작가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블록체인 NFT 기술을 이해하고자 모여들었습니다. 그 현장에 거품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NFT 아티스트들이 '아버지'라 부르는 커뮤니티 빌더 ‘킹비트(kingbit)’님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김민지

킹비트(트위터 프로필)

킹비트(트위터 프로필)

­(김민지) 한국 NFT 아티스트 커뮤니티 빌더로 활동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킹비트) 아티스트 모임을 찾게 된 이유가 실은 아이의 진로 때문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화가와 만화가가 되겠다고 했거든요. 아이가 갈 길이 예술가의 길이니 그럼 나는 ‘클럽하우스’에서 예술가들의 삶을 좀 엿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예술가들의 삶을 이해하면 아이의 꿈을 지원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아이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군요. 평소 블록체인에도 관심이 많으셨다고 알아요.

저는 블록체인을 새로운 세계관으로 보고 굉장한 매력을 느꼈어요. 일찍이 스팀잇(Steemit)이란 블록체인 블로그를 만나 활동을 하면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배웠고요. 지워지지 않는 블록체인 공간에 아이의 그림을 포트폴리오처럼 남기고 싶어서 아들에게도 스팀잇 계정을 만들어줬어요. 그래서 아들은 초등학생 4학년 때부터 ‘박하 사탕(@bakhasatang)’이라는 이름으로 블록체인 상에 그림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스팀잇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스팀잇 박하사탕

스팀잇 박하사탕

스팀잇에 남기던 아이의 그림을 NFT 아트마켓 ‘오픈시’에서 선보이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졸라맨' 형태의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어느 날 아이패드를 보여주면서 ‘아빠, 이거 봐봐. 내가 그렸어’라고 하는데 약간 쇼킹했어요. ‘Hot summer’라는 작품이었는데 형태와 색감 등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그림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이 작품을 어떻게 새로운 공간에 선보일 수 있을까 찾게 되었어요. 그래서 클럽하우스에 작가님들 그룹을 자꾸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는데 NFT와 오픈시(OpenSea)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아이의 꿈을 돕고 싶어 클럽하우스에서 아티스트들을 만난 아빠 킹비트. 한국 최초의 청소년 NFT아티스트인 아트띠프가 바로 그 아들이다.

NFT아티스트 커뮤니티가 시작된 이야기

3월부터 클럽하우스에서 NFT 이야기가 나왔던 거였나요?

실은 2월부터 NFT 아트 에이전시인 누모모(Numomo)의 선우진 한국담당자가 클럽하우스에서 작가들을 만나 NFT라는 게 있으니 시도해보라고 설득하셨어요. 저는 오픈시를 3년 전에 사용해 봤거든요. 이더리움 기반의 고양이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를 구입해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블록체인 생태계를 먼저 사용해본 사람으로서 작가님들이 'NFT를 어떻게 오픈시에 올릴 수 있는지'를 일일이 말씀으로 나누는데 너무 힘들어 보이는 거죠. 작가님들은 창작을 해야 되는데 거기다 신경을 너무 많이 쓰고 계시니까. 돕고 싶은 마음에 ‘그럼 제가 PDF를 만들게요’라고 말하고 하루 저녁을 꼬박 써서 23페이지 정도의 파일을 만들었어요.

NFT 정보를 담은 자료 공유를 위해 카카오톡 오픈 카톡방을 시작하게 되신 거군요.

네. 대한민국 사람이 카톡 제일 많이 쓰니까 오픈 카톡을 활용해보기로 한 거죠. 그러니까 방 이름이 클럽하우스 NFT를 줄인 ‘클하 NFT’가 된 거예요. 3월 17일에 제가 그 카톡방을 만들었어요. 정확하게 기억해요. 그 전에 이야기를 나눴던 건 일주일이 채 안 됐던 것 같아요.

"아이가 NFT를 하고 싶어한다면"

자녀가 NFT 아트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부모는 어떤 역할로 도우면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성향과 관심인 것 같아요. 아트띠프는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낸 시기에 그림 실력이 확 늘었어요. 그러면서 창작 욕구가 불탔던 것 같아요.
아이가 NFT를 하고 싶어한다면 블록체인에 관한 철학적 이야기나 기술적인 부문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요. 단순히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가 새로운 기록을 남긴다고 보면 됩니다. 지워지지 않는 공간에 일기를 쓴다, 포트폴리오를 남긴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NFT 아트는 소셜미디어로 작품 홍보를 하는데 자녀의 SNS를 함께 관리해 주시더라고요.

네. 부모로서 원칙은 가지고 있어요. 아이의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제가 같이 관리하는 이유는 열린 세상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막아줄 필요가 아직은 있어요. 왜냐하면 트위터는 서칭을 하면 이상한 세계로 얼마든지 갈 수 있고 또 DM도 누구나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니까 그걸 걸러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텔레그램에서 'jayplacyco의 암호화폐 공부방'을 운영하시는 제이님의 의견입니다 :
“기술의 발전으로 어린 나이에도 자신이 가장 즐겨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다만 부모들이 해당 기술의 지식과 성향을 이해해야 아이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미래가 부모들의 정보력과 이해력에 따라 바뀔 수 있고 크립토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트띠프처럼 10대 때 크립토와 매우 긍정적인 접촉을 한 경험을 갖게 되면 이후 성인이 되었을 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집 유치원생들 그림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는지 잠시 고민해보았습니다.”


한국 최초의 청소년 NFT 아티스트 아트띠프 작가에게도 아빠로서 이야기해주세요.

"잘만 커라. 너는 우리 노후 대책이다." 농담이고요.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티스트를 존경하거든요. 아티스트는 자유롭게 생활하고 자유롭게 사고하잖아요.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그림이나 음악과 같은 도구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 아들도 어느 하나의 장르에 묶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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