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는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 모준석은 10여 년 이상 실물 조각 작업을 해온 파리 기반의 현대미술가이다. 그는 2021년 3월 오픈시에 첫 민팅을 한 후, 4월에는 가상현실(VR) 드로잉으로 조각하는 법을 익혀 한국 조각가 최초로 ‘증강현실(AR) NFT 조각’을 선보였다. 작가는 최근 이더리움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크립토복셀(Cryptovoxels)’에서 조각 공원 개설과 NFT 전시를 위한 가상 토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모준석은 동선(銅線)과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여러 채의 작은 집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건축물을 조형하며 공존의 의미를 성찰해왔다. 그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뒤섞이는 메타버스에서 NFT를 매개로 피지컬과 디지털 조각을 병행하며 공존에 대한 세계관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용접을 통한 피지컬 조각 작업(좌)과 VR을 통한 디지털 조각 작업(우)을 병행하며 조각의 경 계를 실험하는 모준석 작가, 출처: 작가 제공

Q. NFT를 언제 처음 알게 되었나?

클럽하우스에서 한국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블록체인, NFT, 민팅과 같은 생소한 단어들을 듣게 되었다. 당황스러웠지만 계속해서 듣다 보니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이 생겼다.  

Q. 가상현실(VR) 드로잉 조각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2021년 4월 오픈시에 VR 드로잉 조각 NFT 작품 <Beyond the wall>을 선보였다. 그간 전혀 디지털 작업을 하지 않았기에, NFT 시도 이전에 어떻게 디지털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했다. 당시는 새로운 재료를 통해 작품세계를 확장하고자 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때마침 NFT 작가 커뮤니티에서 만난 킹비트님의 제안으로 메타버스 공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중력과 공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조각이 VR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만나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VR은 가상현실(假想現實)인데 이때 ‘거짓 혹은 임시 가(假)’를 사용한다. 하지만 내게는 그 단어가 ‘새로운 세계를 더한다’는 ‘더할 가(加)’의 의미로 다가왔다.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면 작품세계를 더욱 확장할 수 있다. 

MO Junseok, "The way to meet you", 2021, VR drawing, glb, foundation.app. 출처: 작가 제공*원본 NFT 작품, 모바일로 접속하면 AR 감상이 가능하다

Q. 피지컬과 디지털 작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는가?

어려움보다는 보완되는 지점이 많다. 조각은 중력과 공간의 한계를 지닌다. 게다가 나는 ‘용접’ 기법으로 작업하기에 반드시 작업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은 작업 결과물 자체가 중력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작업 환경도 제약이 극히 적어서 어디서나 작품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나는 아이디어 스케치 후, 흙 모형을 만드는데 중력의 한계로 생각보다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VR 공간은 중력이 없어서 마치 허공에 흙을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모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과감하고 자유로운 형태를 구현할 수 있다.

메타버스 크립토복셀에서 모준석은 3월에 개장할 NFT 조각 공원을 조성 중이다. 출처: 작가 제공

메타버스 크립토복셀에서 모준석은 3월에 개장할 NFT 조각 공원을 조성 중이다. 출처: 작가 제공

Q. 프랑스의 NFT 아트 동향은 어떠한가? 프랑스의 전통미술시장이나 현대미술계에서 NFT 아트를 어떻게 인식하고 접근하고 있는가?

파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빠르게 문화가 집중되는 곳이다. 그럼에도 2021년 초, 한국이 빠른 속도로 NFT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있을 때 파리에서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더딘 속도로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내가 속해 있는 메종데아티스트(Maison des artistes)라는 협회가 있다. 이 협회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회원으로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최근 프랑스 작가들의 요청으로 ‘NFT Q&A’ 행사를 진행했다. 생각보다 질문과 답이 구체적이고 실제적이었다. 프랑스도 작가들이 주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NFT 작품 활동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NFT & Design》 展 전시 전경, 사진: 신화민, 출처= 이함 갤러리(Galerie IHAM)

Q. 프랑스에서 어떠한 NFT 전시에 참여했나?

2021년 9월 8일~30일 파리 4구 소재 이함 갤러리(Galerie IHAM)에서 ‘2021 파리 디자인 위크 Paris Design Week’ 기간에 연계하여 열린 《NFT & Design》 展에 참여했다. NFT 디지털 작품과 피지컬 조각을 최초로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선보인 전시였다. 두 가지 다른 매체를 함께 보여주는 첫 시도였기에, 주의를 기울여 오프닝에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관람객들의 반응을 보았다. 두 매체의 작품이 상호작용을 하며 관람객들의 감상을 도왔다. 피지컬 작품은 디지털 작품을, 디지털 작품은 피지컬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일조했고, 결과적으로 나의 작품세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NFT & Design》 展 전시 포스터, 사진: 신화민, 출처= 이함 갤러리(Galerie IHAM)

Q. NFT 전시가 현실과 메타버스 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리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하는 ‘피지털(Phygital: Physical + Digital)’ 트랜드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 기억에 남는 NFT 전시가 있다면? 

2021년 12월에 열린 NFT 작가 133명의 단체전 《Maison de Noël》 展(이하 노엘 전)은 프랑스 작가 5명, 한국 작가 128명이 참여하는 큰 전시였다. 전시는 파리 소재의 이함 갤러리와 메타버스 갤러리인 KOREAN NFT 크립토복셀(Cryptovoxels)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NFT 생태계에서 갤러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오랜 작가 생활과 많은 전시 경험을 토대로 전시를 위해 필요한 여러 사항들을 확인했다. 또한 참여 작가 중 5인과 함께 영상팀을 꾸려 133명 작가들의 영상을 수합, 검수, 편집하는 등 전시 상영 작품 세팅 전반을 담당했다.

MO Junseok, WEB 2 ME (용접을 통한 금속 조각), 출처: 모준석 트위터

MO Junseok, WEB 3 ME(VR, AR을 통한 디지털 조각), 출처: 모준석 트위터

Q. 파리 제1대학 팡테옹 소르본(Université Paris 1 Panthéon Sorbonne) 예술대학에서 교수로서 강의를 하고 있다. NFT 작가로서의 경험이 후학을 양성할 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예술가는 유연한 사고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자신의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엮어내는 존재다. NFT를 통해 디지털이라는 길목을 지나며 지금껏 스스로 정의했던 조각을 새롭게 생각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일방적으로 가르친다기보다 각자의 생각을 시각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에 동행하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지금 내가 NFT를 비롯해 겪고 있는 다양한 실험과 유연한 생각들을 공유하고 때로는 권유하며 좋은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Previous
Previous

“NFT는 미래 예술의 신세계다“

Next
Next

“NFT는 디지털아트를 예술로 바라보는 컬렉터를 만나게 해주었다”